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을 재미있게 하거나 분위기를 잘 이끌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는 평범해 보였던 사람이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고, 나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 것도 아닌데 자꾸 만나고 싶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괜찮아 보였는데 알면 알수록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의 호감은 첫인상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래가는 호감은 오히려 아주 사소한 데서 만들어집니다. 대단한 말솜씨나 특별한 매력이 없어도 평소 사람을 대하는 작은 태도 몇 가지가 쌓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참 괜찮아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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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게 들은 말을 기억한다
사람은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갑니다.
“지난번에 어머니 편찮으시다고 했는데 괜찮으세요?” “그때 준비하던 일은 잘됐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별것 아닌 한마디인데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내가 무심코 지나가듯 했던 말을 이 사람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생각보다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는 사람보다 자신의 말을 대충 듣지 않았던 사람에게 더 깊은 호감을 느낍니다.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얼마든지 꾸밀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맞장구를 잘 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은 그때 실제로 귀담아들었다는 뜻입니다.
제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내가 전에 했던 이야기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순간에는 ‘이 사람이 나를 사람으로 제대로 대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면 무엇을 말할지 지나치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가 무엇을 말했는지 잘 듣는 편이 낫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같은 것만 기억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요즘 걱정하는 일, 기다리고 있는 일, 가족 이야기처럼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음에 만났을 때 한 번 물어보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멋진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했던 말을 흘려듣지 않는 것입니다.
친해져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킵니다. 말도 조심하고 약속도 신경 쓰고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까 살핍니다.
그런데 사람의 진짜 모습은 조금 친해진 다음부터 보입니다. 편해졌다는 이유로 말이 거칠어지고, 약속 시간에 늦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상대의 약점을 농담거리로 삼기도 합니다.
본인은 친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친해진 것이 아니라 만만해졌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반대로 시간이 갈수록 호감이 생기는 사람은 가까워져도 기본적인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래된 친구에게도 고마운 일이 있으면 고맙다고 하고, 미안한 일이 있으면 미안하다고 합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농담은 하지 않고, 여러 사람 앞에서 굳이 곤란하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친하다는 이유로 상대의 사생활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마음이 편합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약점을 보여도 그것을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친한 사이에는 격식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나치게 조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편안함과 무례함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오래가는 관계를 보면 가까울수록 오히려 기본적인 선을 잘 지킵니다. 사람을 오래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친밀함만이 아니라 그 친밀함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존중입니다.
없는 사람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하는지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어떻게 말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더 잘 보입니다.
몇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 누군가의 흠이나 실수가 화제가 되면 유난히 신이 나서 이야기를 보태는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만 속내를 털어놓는 것 같아 친밀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는 내 이야기도 이렇게 하지 않을까?’
반대로 험담이 시작되어도 굳이 남의 약점을 보태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하거나 정의로운 사람처럼 행동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일에는 말을 아끼고, 이야기가 지나치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갑니다. 이런 모습을 몇 번 보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생깁니다.
특히 남들과 사이가 틀어졌을 때 그 사람을 어떻게 말하는지를 보면 더 정확합니다.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상대의 모든 것을 나쁘게 말하지 않는 사람은 쉽게 보기 어렵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자신을 지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보고 있지 않을 때도 나를 함부로 다루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마음을 놓게 됩니다.
호감은 재미있는 대화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는 호감에는 반드시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뢰는 내가 보는 앞에서 잘해주는 모습보다 내가 없는 곳에서도 지켜지는 태도에서 더 크게 만들어집니다.
자기 기분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기분이 좋을 때 친절한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일이 잘 풀리고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는 누구나 어느 정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진짜 매력은 오히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드러납니다. 일이 꼬이고 화가 나고 몸까지 피곤한 날에도 아무 관계없는 사람에게 짜증을 쏟아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웃고 있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도 있고 화가 나면 화가 났다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이 책임지게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과 함께 있으면 늘 눈치를 보게 됩니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부터 살펴야 하고, 말 한마디를 할 때도 괜히 건드렸다가 화를 내지 않을까 조심하게 됩니다.
반대로 감정을 스스로 다룰 줄 아는 사람 옆에서는 그런 긴장이 없습니다. 힘든 날에도 “오늘 제가 좀 정신이 없네요”라고 말할 뿐 주변 사람에게 이유 없이 날을 세우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화려하지 않아도 자꾸 만나고 싶어집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내가 불필요하게 긴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매력입니다. 재미있게 해주는 사람보다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이 더 오래 곁에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중 하나는 감정의 기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감정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는 태도입니다.
생색내지 않고 작은 것을 챙긴다
사람을 감동시키려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오래 기억되는 것은 작은 행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잠깐 잡아주고, 늦게 온 사람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챙겨주고, 여러 명이 이야기할 때 계속 말없이 있는 사람에게도 한 번쯤 말을 건넵니다.
누가 부탁하기 전에 필요한 것을 슬쩍 건네기도 하고, 상대가 곤란해하는 순간에는 굳이 티 내지 않고 도와줍니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대를 계속 보고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으면 옆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놓고 생색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그때 해줬잖아요”라고 꺼내지도 않고 상대가 알아주기를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배려를 하고 계속 기억하는 사람보다 배려를 받고도 누가 했는지 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의 행동에는 부담이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작은 장면에서 사람을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 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자연스럽게 챙기는 모습은 쉽게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감은 큰 친절 한 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배려가 여러 번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 좋은 행동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사람보다 좋은 행동이 이미 습관이 된 사람이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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