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나 식당에서 함께 있다가 일어날 때 유독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 먹고 나서 컵과 접시를 한쪽으로 모으고, 흘린 것이 있으면 휴지로 테이블까지 닦고 나가는 사람입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작은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평소에는 잘 몰랐던 성격이 이런 순간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남들이 지켜보는 큰일에서는 얼마든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별것 아닌 순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에서 평소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가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테이블을 닦는 몇 초의 행동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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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손이 닿은 것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사람이다
자기 물건은 소중하게 다루면서 남의 물건은 함부로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내 것이 아니어도 자기가 쓰는 동안에는 조심해서 다루는 사람이 있습니다. 테이블을 닦고 나가는 사람에게서는 대체로 후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테이블에 음료를 조금 흘렸다면 그냥 두고 갈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직원이 치울 것이고, 자신이 돈을 내고 이용한 곳이니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사용하면서 흘렸으니 닦을 수 있는 정도는 닦아놓습니다. 이것은 청결에 유난스러운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물건을 대하는 태도에도 사람의 성격이 꽤 많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빌린 물건을 돌려줄 때도 받은 상태와 비슷하게 돌려주려고 하고, 남의 차를 타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공용으로 쓰는 물건도 자기 것처럼 조심스럽게 다루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한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내 것이냐, 남의 것이냐’보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내 것이 아니니까 막 써도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으니 내가 쓰는 동안만큼은 잘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흔적을 함부로 남기지 않습니다. 무엇을 쓰고 난 뒤에도 자신이 쓰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돌려놓으려고 합니다.
테이블을 깨끗하게 닦고 나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는 것도 단순히 깔끔해서만은 아닐 겁니다. 자기 손이 닿은 것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음 시작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테이블을 닦는 이유가 꼭 직원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자기가 떠난 뒤, 이 자리에 누군가 다시 앉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지금 자리를 뜨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새로운 자리입니다. 그 사람이 처음 마주하는 테이블에 음식물이 묻어 있고 휴지가 널려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정돈되어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독특한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자기 행동의 끝을 ‘내가 끝난 순간’으로 잡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내가 식사를 마치면 끝이고, 내가 일을 마치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자신이 끝낸 것이 다음 사람에게 어떤 상태로 넘어가는지까지 봅니다.
직장에서도 이런 차이가 의외로 크게 나타납니다. 자기 업무만 끝내고 파일을 여기저기 흩어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음 사람이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이름을 붙이고 자료를 정리해놓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업무를 넘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일은 여기까지 했습니다”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어디서부터 이어가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해놓습니다.
저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 꼭 빠르게 처리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끝낸 뒤 다른 사람이 다시 손을 많이 대야 한다면 실제로는 일이 제대로 끝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단순히 깔끔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에게는 마지막인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첫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끝을 잘 아는 사람은 다음 시작까지 생각합니다.
자기가 만든 일은 자기가 끝까지 처리하는 사람이다
테이블에 커피를 흘렸습니다. 과자 부스러기도 떨어졌습니다. 휴지를 쓰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모두 아주 사소한 일입니다.
그래서 그냥 두고 가기도 쉽습니다. 직원이 치우면 되니까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기가 만든 작은 일까지 가능한 범위에서는 자기가 마무리합니다.
중요한 것은 테이블을 누가 닦아야 하느냐가 아닙니다. 자신이 만든 번거로움을 너무 쉽게 다른 사람 몫으로 넘기지 않는 태도입니다.
이런 사람은 문제가 작을 때 바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을 흘렸으면 닦고, 물건을 꺼냈으면 다시 넣고, 자기가 어질러놓았으면 대충이라도 정돈합니다.
반대로 사소한 것을 계속 남에게 넘기는 습관이 들면 생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납니다. 자기가 벌여놓은 일의 마무리는 다른 사람이 하고, 자기가 빠뜨린 것은 누군가가 챙겨주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한 번 한 번은 별일 아닙니다. 하지만 함께 지내거나 같이 일하다 보면 이런 작은 일이 계속 쌓입니다. 결국 누군가는 그 사람이 남겨놓은 것을 계속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책임감이라는 것이 거창한 상황에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을 정도로 작은 일에서 더 정확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누가 닦으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흘린 것을 닦는 것, 자기가 사용한 것을 원래 자리에 놓는 것, 자기가 만든 일을 남의 일로 만들어놓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는 사람은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합니다. 함께 있으면 계속 뒤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테이블 하나 닦았다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작은 마무리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람에게서는 ‘내가 만든 일은 내가 끝낸다’는 생활 태도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찮음을 이유로 피하지 않는 사람이다
테이블을 닦는 데는 몇 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몇 초가 귀찮습니다.
이미 휴대전화를 챙겼고 가방도 멨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났으니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테이블에 흘린 것이 눈에 들어오면 다시 휴지를 꺼내 닦아야 합니다.
사람의 습관은 의외로 이런 순간에 갈립니다. 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하기 싫을 만큼 귀찮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서 차이가 생깁니다.
큰일은 마음먹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약속이 있으면 시간을 맞추고, 누가 보고 있으면 정리도 잘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일은 마음먹을 이유조차 없기 때문에 평소 습관이 그대로 나옵니다.
양말 하나를 제자리에 넣는 것, 사용한 컵을 바로 씻는 것, 쓰고 난 물건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 것도 그렇습니다. 하나하나는 너무 작은 일이라 안 해도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미루기 쉽습니다. 그런데 생활이 흐트러지는 것은 대개 엄청난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런 사소한 귀찮음을 계속 다음으로 넘기면서 시작됩니다.
좋은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부지런하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도 귀찮고 피곤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귀찮다는 감정과 해야 할 일을 따로 본다는 것입니다. 귀찮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고 봅니다. 생활이 단정한 사람을 자세히 보면 대단한 일을 매일 해내서가 아니라 몇 초면 끝나는 일을 그때그때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이블을 한 번 닦는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도 시키지 않은 몇 초의 일을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버리지 않는 태도는 그 사람의 다른 생활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은 습관은 부지런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귀찮아도 몇 초면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해버리는 사람에게 조금씩 쌓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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