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주변을 보면 주말농장뿐 아니라 집 안 베란다나 마당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분들이 많습니다. 커다란 화분에 상추나 고추를 심고, 매일 물을 주며 자라는 모습을 살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 삼아 시작했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에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채소부터 들여다보고, 새로운 잎이 나오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합니다.
신기한 것은 이런 분들 가운데 표정이나 말투까지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분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전에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냈는데, 어느새 느긋해졌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물론 흙을 만진다고 누구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작은 화분 하나라도 정성껏 가꾸는 사람들을 보면 비슷하게 나타나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달라지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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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며 함께 기뻐하는 온기를 품고 있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자신이 기른 채소를 남에게 나눠 주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상추가 많이 자라면 이웃에게 한 봉지 건네고, 고추가 제법 열리면 가족들에게 가져가라고 합니다. 방울토마토 몇 알을 따서 손주에게 건네면서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작은 화분에서 기른 채소는 양이 많지 않습니다. 가족끼리 먹기에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잘 익은 열매를 보면 누군가에게 먼저 맛보게 하고 싶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이 정성껏 기른 것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사실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마트에서 사 온 채소를 나눠 주는 것과는 또 다른 마음입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자라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작은 수확물에도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맛있다고 하면 자신이 먹었을 때보다 더 기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나누는 즐거움을 일상에서 자주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대단한 선물을 해야만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이런 태도는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있는 것을 조금 나눴다고 손해 봤다는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작은 것이라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의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무엇을 받았으니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적기 때문입니다.
물론 텃밭을 가꾼다고 모두 너그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이 애써 기른 것을 기꺼이 나눠 본 사람은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압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꼭 큰돈을 쓰거나 특별한 일을 해 줘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추 한 봉지를 건네며 안부를 묻는 것처럼, 소박한 관심이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헛된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텃밭을 처음 시작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상추 씨앗을 뿌렸는데 싹이 나오지 않기도 하고, 잘 자라던 고추가 어느 날 갑자기 시들기도 합니다. 물을 너무 많이 줘도 문제이고, 햇빛이 부족해도 제대로 자라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흙에 심어 놓으면 알아서 잘 자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작은 화분 하나를 가꾸는 데도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사람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웁니다.
결과를 얻으려면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씨앗을 심어 놓고 매일 열매가 맺히기만 기다린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물을 주고 상태를 살피며 필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붙잡고 있다고 더 빨리 자라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 점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빨리 성공하는 방법이나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 준다는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실제로 무언가를 이루려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텃밭을 오래 가꾸는 사람은 그런 과정을 직접 경험합니다.
오늘 물을 줬다고 내일 당장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며칠 정성을 들였다고 갑자기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눈앞의 결과만 보고 조급해하기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하는 태도를 익히게 됩니다.
또 하나 배울 점이 있습니다.
열심히 가꿨다고 언제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갑작스러운 더위나 병충해 때문에 애써 기른 채소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 다른 사람의 실패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됩니다.
누군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자신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무조건 고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흔들리기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먼저 살피는 것입니다. 작은 일을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 결국 믿음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담담히 받아들일 줄 안다
텃밭을 가꾸다 보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참 많습니다.
어제까지 싱싱하던 잎이 오늘은 축 처져 있기도 하고, 이제 열매가 맺히려나 싶었는데 꽃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날씨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속상해서 이것저것 해 봅니다. 물을 더 줘 보기도 하고, 화분을 다른 곳으로 옮겨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무조건 손을 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미 상한 잎을 붙잡고 속상해한다고 다시 싱싱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 사는 일도 그렇습니다.
내가 잘해 줬다고 상대도 반드시 잘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원하는 결과가 제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바꾸려고 하면 마음만 지칩니다.
텃밭을 오래 가꾸는 분들 가운데는 작물이 잘못되어도 의외로 담담한 분들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잘 안됐네요. 다음에는 좀 일찍 심어 봐야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다시 준비합니다.
실패가 아쉽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나간 일 때문에 앞으로 할 일까지 망치지 않는 것입니다.
기다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씨앗을 심고 며칠이 지나도 싹이 보이지 않는다고 매일 흙을 파헤칠 수는 없습니다. 궁금하고 답답해도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진심을 전했다고 상대가 당장 마음을 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은 상대를 자기 속도에 맞추려고 지나치게 재촉하지 않습니다.
담담하다는 것은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속상할 때는 속상해하고 아쉬울 때는 아쉬워합니다. 다만 바꿀 수 없는 일에 너무 오래 매달리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어쩔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불필요한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침묵 속에서 자신을 정화한다
텃밭을 가꾸는 시간에는 의외로 말을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화분의 마른 잎을 떼어 내고, 흙의 상태를 살피고, 새로 나온 줄기가 잘 자라는지 들여다봅니다. 손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조용해질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런저런 생각이 끊이지 않습니다.
누군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르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마음에 걸립니다. 별일 아닌 줄 알면서도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흙을 만지며 채소를 돌보다 보면 잠시 다른 생각을 잊게 됩니다.
상춧잎에 벌레가 있는지 살피고, 엉킨 줄기를 정리하는 동안에는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마음을 다스리려고 애쓰는 것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걱정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시간이 사람에게는 필요합니다.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신경 쓰며 살다 보면 정작 자기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집니다.
누군가에게 기분 나쁜 말을 들었을 때도 그렇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당장 따지고 싶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말이 계속 생각납니다. 그런데 화분을 손질하거나 텃밭에서 한동안 몸을 움직이고 나면 아까와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굳이 대꾸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차분하게 이야기할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진 것입니다.
누구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무엇을 얼마나 잘했는지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남보다 빨리 해내야 한다는 부담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돌볼 수 있는 만큼 돌보면 됩니다.
작은 화분 하나를 가꾸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늘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이런 시간이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됩니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침묵을 지나치게 어색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계속 말을 해야만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말이 없다고 무조건 기분이 나쁜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서로 말없이 자기 일을 하면서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흙을 만지며 보내는 조용한 시간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조금씩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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