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대했더니 오히려 무시당하고 손해만 본다”는 말, 공감하시나요? 친절을 베풀었을 뿐인데 어느새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고, 부당한 요구에 마지못해 화를 내고 나서야 상황이 정리되는 경험 말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처음부터 친절하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자책과 후회가 밀려옵니다.
혹시 이런 생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순종적인 인간’을 강요하는 교육의 병폐는 아닐까요?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착한 사람’은 생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해왔습니다. 원시 시대부터 집단에 소속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고, 친절하고 신의를 지키는 이타적인 사람, 즉 ‘착한 사람’이 집단에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착함은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 전략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생존 전략이 현대 사회에서 때로는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넘어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의 ‘착한 행동’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상황에서 예외 없이 친절하려다 보니, 그 친절을 이용하려는 예외적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본성인 ‘착한 마음’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장점을 유지하되, 상황에 맞게 ‘조절’하고 ‘보호’하는 지혜를 배우면 됩니다. 착함이 우리에게 주는 정신적 안정감과 만족감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준 책 <부자의 인간관계>에서는 착함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방법들을 제 나름의 통찰과 다른 지혜들을 엮어 새롭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 착한 사람을 무시하는 악의, 간파하는 눈을 길러라
책 <부자의 인간관계>는 “착한 사람일수록 강해져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세상에는 우리의 상냥함을 약점이라 여기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속이기 쉬운 사람’으로 판단하여 접근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반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하에 은근히 무시하거나 선을 넘는 행동을 서슴지 않습니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의 저서 <기브앤테이크> 역시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과 그 이면에 숨겨진 동기를 알아채지 못하면 ‘호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미리 읽고, 그들의 악의를 간파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문제를 예방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패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힘을 기를 수 있을까요?
- 언행의 불일치를 포착하세요: 친절한 말을 건네면서도 필요 이상의 겁을 주거나 불안감을 조성한다면, 그 의도를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진정한 친절은 상대방에게 안정감을 주지, 불안을 통해 통제하려 하지 않습니다.
- 대화의 무게 중심을 살펴보세요: 대화 내내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거나, 단체 활동의 결과물에서 유독 자신의 공을 크게 부풀리는 사람은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테이커(Taker)’일 확률이 높습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관심이 결여된 이기적인 행동의 신호입니다.
이러한 신호들을 포착했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무리한 요구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는 악의에 악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당신의 의도를 알고 있으며,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쓰라린 경험을 통해 배우기보다, 책이나 다양한 정보를 통해 사람을 보는 안목을 미리 기르는 것이 훨씬 현명하지 않을까요? 피해를 본 후에야 쌓이는 경험은 너무나 큰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2. 착한 사람을 무시하게 만드는 ‘벌벌 떠는 파동’을 멈춰라
<부자의 인간관계>에서 지적하는 또 다른 핵심 원인은 바로 ‘벌벌 떠는 파동’입니다. 이는 ‘혹시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내 행동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과도한 걱정과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비언어적 신호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자신감 있는 척 행동해도, 미세한 시선 처리나 말과 행동의 불일치 등에서 내면의 불안감은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러한 ‘벌벌 떠는 파동’을 기가 막히게 감지하고 그것을 이용해 상대를 깔보고 통제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
이 한 문장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관계의 부담감에서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당당함은 그 자체로 강력한 아우라가 되어, 누구도 함부로 당신을 얕잡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방어막이 되어 줄 것입니다.
‘벌벌 떠는 파동’을 멈추기 위한 구체적인 생각 전환 훈련도 도움이 됩니다.
- 문제에 대한 관점 바꾸기: “문제가 생겼네”가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면 나는 더 성장하겠구나”라고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보세요. 문제를 피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는 용기가 생깁니다.
- 실수할 자유를 허락하기: “나는 실수할 자유가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사람 앞에서 ‘벌벌 떠는 파동’이 멈추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억지로 떨지 않으려 애쓰지 마세요. 그 떨림은 ‘이 사람은 나와 맞지 않다’는 당신의 무의식이 보내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땐 그저 그 사람을 당신의 ‘착함’을 공유할 대상에서 제외하면 됩니다. 차갑게, 그리고 침묵으로 대응해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소중한 에너지는 당신과 결이 맞는 사람들을 위해 아껴두세요.

결국 착하게 살면서도 무시당하지 않는 비결은, 우리의 착함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 있습니다. 악의를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기르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한다면, 당신은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당신의 가치를 지키는, 진정으로 강하고 선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나눈 이야기가 여러분의 인간관계에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