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데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사람을 좋게 대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부탁이 늘어나고, 내 사정은 묻지도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고맙다고 하던 사람이 나중에는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매번 딱 잘라 말하고 차갑게 굴 수도 없습니다.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까지 버릴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주변을 보면 늘 부드럽게 말하고 남을 배려하면서도 이상하게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 앞에서는 무례한 농담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부탁할 때도 먼저 사정을 묻게 됩니다. 특별히 무서운 사람도 아닌데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친절하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친절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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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잘 웃어주고 반응해 주는 사람은 함께 있기 편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하는 말마다 맞다고 해주는 것과 편안하게 대해주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친절하면서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은 이 둘을 구별합니다.

가령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자리에 없는 사람을 흉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분위기를 맞추려고 같이 웃거나 맞장구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이런 사람은 이야기를 듣다가도 “그건 사정이 좀 다를 수도 있겠네요” 하고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말합니다.

상대방을 면박 주거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동의하지도 않습니다. 웃는 얼굴은 그대로지만 자기 판단까지 상대방에게 맡기지는 않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을 대할 때 이런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고 봅니다. 늘 내 말에 맞장구치던 사람이 어느 날 다른 의견을 내면 괜히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동안 그 사람의 친절을 동의의 표시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친절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지, 상대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자기 생각을 분명히 가진 사람은 평소에 아무리 잘 웃어도 쉽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를 알아봅니다.

먼저 안부를 묻고 약속을 잡는 사람이 늘 같은 사람인 관계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바빠서 그렇겠거니 하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한쪽만 연락하고 한쪽만 시간을 맞춘다면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친절하면서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은 먼저 다가가는 일을 자존심 상해하지 않습니다. 보고 싶으면 연락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돕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도 계속 애쓰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약속을 잡을 때마다 상대방이 당일에 취소하고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는다면, 다음부터는 무리해서 시간을 비워두지 않습니다. 연락을 끊겠다고 선언하거나 서운했던 일을 하나하나 따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 관계에 쓰는 시간과 마음을 조금씩 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시험하려고 일부러 연락을 끊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나를 얼마나 찾는지 확인하려고 밀고 당기는 행동과는 다릅니다. 상대방의 사정을 존중하되 내 생활도 지키는 것입니다.

가끔 사람들은 잘해주는 사람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 그 사람이 더 이상 무조건 맞춰주지 않을 때 비로소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좋은 관계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오래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무조건 실패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다시 가까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 하나를 붙잡으려고 매번 자신만 양보하지는 않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말실수를 합니다. 피곤해서 퉁명스럽게 대답할 수도 있고, 상대방의 사정을 몰라 서운한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마다 잘잘못을 따지면 가까운 사람조차 편하게 만나기 어렵습니다.

친절하면서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은 한 번의 실수로 상대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사과를 받아들이고 평소처럼 지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같은 일이 반복될 때는 그 행동을 가볍게 넘기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친구가 급한 일로 돈을 빌려 갔다가 약속한 날에 갚지 못했다고 해보십시오. 미리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면 이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이나 약속을 어기고 오히려 돈 이야기를 꺼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이때 굳이 크게 화를 내지 않더라도 다음에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은 거절할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모든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복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바꾼 것입니다.

저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계속 믿어주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행동을 고치는 사람에게는 다시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면서 똑같이 행동한다면 믿음이 줄어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무조건 참는다고 해서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가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무엇이 불편했는지 분명하게 말하고, 이후의 행동을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사람은 지난 일을 끊임없이 들춰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한 번의 실수에는 너그러울 수 있어도 반복되는 무례함까지 받아들일 의무는 없기 때문입니다.

부탁을 거절하는 일이 유난히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못 하겠다고 말해놓고도 마음이 쓰여 이유를 덧붙입니다. 그러다 상대방이 “이번 한 번만”이라고 하면 결국 처음 결정을 바꾸기도 합니다.

친절하면서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은 부탁을 받았을 때 먼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합니다. 도울 여유가 있다면 기꺼이 돕지만, 어렵다면 짧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정도면 충분할 때가 많습니다.

직장에서 누군가 퇴근 직전에 자기 일을 대신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해보십시오. 이미 개인 일정이 있다면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어렵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책임을 함께 져야 하는 업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맡은 일을 피하면서 무조건 거절하는 태도를 좋게 볼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절은 내 몫이 아닌 부탁까지 늘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거절이 서툰 사람은 상대가 실망하는 표정만 지어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부탁한 사람도 거절당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부탁할 자유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받아들이지 않을 자유도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이들이 거절한 뒤에 상대를 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음에 만나면 평소처럼 인사하고 이야기합니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계 전체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짧은 거절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나 가까운 가족에게는 더 어렵습니다. 그래도 매번 이유를 늘어놓기보다 자신의 사정을 차분히 전하는 편이 오해를 줄일 때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상대가 아쉬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두 번 거절했다고 화를 내거나 관계를 끊겠다고 압박한다면, 그 부탁이 과연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이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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