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면서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호의를 베풀었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가득 남았던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으실 줄로 압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따뜻하고 착하다는 말을 듣는데도, 이상하게 인간관계가 끝난 자리를 돌아보면 나만 늘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 왜 결과는 항상 나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지 답답하셨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고,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고마워하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는 서운함과 억울함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나의 선량함이 이런 결과로 돌아오는지, 그 깊은 원인에 대해 함께 차근차근 짚어보고자 합니다.
거절 없는 친절의 부작용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늘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며, 그것이 훌륭한 사람의 표본이라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사회라는 냉정한 현실에 부딪혀 보면, 우리가 배워온 도덕적 가치관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을 다해 상대방의 사정을 봐주고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따뜻한 고마움이 아니라 더 무리하고 무례한 요구일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아주 명확하고 단순합니다. 상대방의 요구를 단 한 번도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성격은, 역설적이게도 상대방에게 나를 언제든 편하게 부려도 되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인성이 바르고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가 매번 자신의 무리한 부탁을 군말 없이 들어주면 그것을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당연한 권리나 나의 의무로 착각하기 시작합니다. 부탁을 들어주는 과정이 너무 당연해지는 순간, 나의 가치는 상대방의 눈에 한없이 낮아지게 되고 반대로 상대방의 무례함은 날이 갈수록 당당해집니다.
항상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보는 분들은 마음 한구석에 늘 특유의 불안감을 품고 살아갑니다. 내가 이번에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면 저 사람이 나에게 크게 실망하지 않을까 염려합니다. 혹은 거절이라는 행동 때문에 오랫동안 유지해 온 인간관계가 서먹해지거나 깨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 소중한 감정과 아까운 시간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억지로 유지해야 하는 관계는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습니다.
진정성 있고 오래가는 인간관계는 서로가 서로의 명확한 선을 존중하고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시작되는 법입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이 베풀고 있는 친절과 배려가 누군가의 편리한 도구로 전락해 가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당장 그 호의의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셔야 합니다. 거절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동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최소한의 존엄성과 영역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어 수단임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나의 선함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친절이라는 이름의 무기를 쥐여주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남의 불편함을 대신 짊어지는 심리
이용당하기 쉬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주변의 기류나 타인의 사소한 감정 변화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 회의실 분위기가 조금만 무겁거나 대화 도중에 누군가 어두운 기색을 보이면, 마치 그것이 전부 자기 잘못인 양 마음을 졸이며 안절부절못합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 불편한 분위기를 좋게 바꾸어보고자, 자신이 먼저 손해를 자처하거나 과도하게 밝은 리액션을 보이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를 씁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감정의 과잉 책임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 외에 다른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편함을 내가 앞장서서 해결해 주어야만 한다는 무거운 강박증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이러한 착한 사람 증후군을 겪는 이들은 다른 사람의 단호한 거절이나 차가운 눈빛, 혹은 어색한 공기를 잠시도 견뎌내지 못합니다. 그렇다 보니 주변 모든 사람의 비위와 기분을 맞춰주느라, 정작 본인의 소중한 에너지는 바닥까지 탈탈 털어 쓰고 나서 스스로 지쳐버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셔야만 합니다.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거나 가라앉아 있는 것은 온전히 그 사람 개인의 사정이고 그 사람의 문제이지, 결코 여러분의 책임이 아닙니다. 타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감정의 쓰레기통을 자처하며 여러분의 귀한 마음을 낭비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남의 마음 상태를 살피고 경청하느라 내 마음이 시퍼렇게 멍들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배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자학에 가깝습니다.
타인의 복잡한 감정은 오롯이 그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두시고, 여러분은 오직 여러분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먼저 지키는 연습에 집중하십시오. 내가 타인의 감정까지 대신 책임질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불필요한 인간관계의 피로감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남을 위해 살기 전에 내 마음의 날씨가 어떤지 먼저 살피는 현명한 태도를 가지십시오.

평화를 위해 나를 죽이는 악순환
우리가 일상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표현입니다. 항상 남에게 양보하고 이용당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가며,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들은 눈앞의 표면적인 평화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조금 억울하고 금전적, 정신적 손해를 보더라도 그냥 묵묵히 참고 넘어가면 그만이라고 여깁니다. 이러한 행동의 저변에는 갈등을 극도로 혐오하고 무서워하며 회피하려는 심리적 성향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상대방과 의견이 부딪치고 소리 높여 싸우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 두렵고 불편하기 때문에, 차라리 내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상처를 입고 마는 외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꼭 아셔야 할 사실은, 이렇게 소극적으로 만들어진 평화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철저한 가짜 평화라는 점입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그저 임시방편으로 덮어두기만 하면, 상대방은 여러분을 향해 아주 위험한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즉, 저 사람은 내가 아무리 무리하게 굴고 선을 넘어도 절대 화내지 않는 참 쉬운 사람이라는 확신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건강한 갈등은 오히려 인간관계를 더욱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드는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해내기도 합니다. 나의 정당한 권리를 당당하게 찾고 내 목소리를 소신 있게 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정한 소음과 부딪힘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갈등이 무서워서 매번 도망치고 참기만 한다면, 나를 만만하게 보고 이용하려는 악순환의 질긴 고리를 결코 내 힘으로 끊어낼 수 없습니다.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목하에 나 자신의 인격과 감정을 처참하게 죽이는 행위를 이제는 단호하게 멈추셔야 합니다. 정당하게 화를 내야 할 타이밍에는 불쾌함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싸워야 할 때에는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십시오. 그것이 주변의 영악한 사람들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진짜 존중받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유일한 지름길입니다.
내 감정을 1순위로 두지 못하는 버릇
항상 남들에게 이용당하고 손해만 보는 분들이 당장 오늘부터 인생에서 실천하셔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바로 내 감정의 우선순위를 완벽하게 바꾸는 일입니다. 이분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참 신기하고도 안타까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슬퍼하는 것, 다른 사람이 불편해하는 것, 혹은 타인의 기분이 나쁜 것은 기가 막히게 잘 알아채고 배려합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이 새까맣게 멍들고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내부의 고통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무시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주변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속이 타들어 가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영혼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절박한 SOS 구조 신호입니다. 내 상태가 엉망인데도 남을 배려하느라 나 자신을 귀하게 대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타인에게도 절대로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법입니다. 이 광활한 세상에서 내가 가장 먼저 1순위로 챙기고 따뜻하게 아껴야 할 존재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명확한 명제를 가슴 깊이 새기셔야 합니다.
내가 먼저 심리적으로 행복하고 내 마음의 중심이 단단하게 서 있어야만, 비로소 타인에게도 가식 없는 건강한 선의를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납니다. 나를 희생해서 만드는 친절은 결국 원망이라는 독으로 돌아와 나 자신과 관계 모두를 망치게 됩니다. 이제는 그동안 허무하게 남을 향해 퍼져 있던 관심의 안테나를 거두어들여, 나의 깊은 내면과 상처 입은 감정으로 돌리셔야 할 때입니다. 내가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대접할 때, 주변의 타인들도 비로소 여러분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진심으로 존중하게 된다는 엄연한 이치를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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